[앵커브리핑] 그 행복한 단어…'퇴근이 있는 삶'
상세정보
뉴스룸 앵커브리핑을 시작합니다.
어젯밤(3일), 유재석·유희열 씨의 '슈가맨'을 봤습니다.
오랜만에 손지창 씨가 나왔습니다.
그는 가족을 위해 일을 포기했다면서 웃고 있었습니다.
그 때 떠오른 소설의 한 장면.
90%에 달하는 실업률 덕분에, '담요' 라고 불리는 실업자들은 국가가 지급하는 바우처에 의존해 생활합니다.
국가는 회사에 예속되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단 10%의 회사원들이 경제를 장악한 채 살아갑니다.
소설가 천명관이 담아낸 대한민국의 미래상.
즐겁지 않은 상상이지요.
소설 속 가장 극적인 장면은 마지막에 나옵니다.
어릴 때 집을 나간 아버지.
버림받았다고 생각한 아들은 우연히 다시 만난 아버지에게 이렇게 묻습니다.
"왜 가족을 떠났느냐"고.
아버지의 대답은 의외였습니다.
"얘야, 나는 너희를 버린 것이 아니란다.
나는 아직 퇴근을 못한 거야"
아버지는 평생 동안 퇴근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소설 '퇴근'의 결말.
사실 아직도 퇴근을 못한, 일하고 있는 이 땅의 노동자들은 지금 이순간도 수두룩할 겁니다.
얼마 전 대한상공회의소의 조사 결과, 직장인들은 한주에 평균 2~3일가량 야근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비효율적인 업무체계와 상명하복 문화가 퇴근할 수 없는 '야근'을 만들고 있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또 하나. 창살 없는 감옥이라고 불리는 '카톡 감옥'
퇴근 한 뒤에도 시도 때도 울리는 업무 지시.
이 카톡 감옥에서 탈출할 수만 있다면 금쪽같은 월급의 일부를 기꺼이 반납하겠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하죠.
청소년 대상의 여론조사를 보니까 초등학교 4학년의 경우에 가족의 화목이 돈보다 중요하다고 답한 어린이가 10배 이상 많았습니다. 10배 가까이 많았군요.
자, 이제 어쩌시렵니까? 퇴근. 그 행복한 단어.
지금 이 시간도 누군가는 퇴근을 꿈꾸며 일하고 있을 겁니다.
그리고 내일부터는 모처럼만의 봄 연휴가 시작됩니다.
원튼 원치 않튼, 어차피 선물 같이 주어진 봄이라면 손지창 씨처럼 할 수는 없더라도, 이미 좀 늦었지만 오늘 저녁만은 모두가 완벽한 퇴근, '칼 퇴'를 하실 수 있기를.
천명관의 소설 속 주인공들이신, 평생을 퇴근 못하고 있는 여러분들께 기원해 드립니다.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