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생'에게 뚫린 정부청사…침입한 경로와 의문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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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공무원 시험을 본 대학생이 정부청사에 몰래 들어가서 보안장치가 달린 PC를 열어서, 합격자 명단을 조작한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26살 송모 씨인데, 지난달 24일과 26일 두 차례에 걸쳐서 정부서울청사 16층 인사처 채용관리과 사무실에 몰래 들어간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26일 침입 때는 다음 날 아침까지 사무실에 머물면서 담당 주무관의 컴퓨터에 두 차례, 또 사무관의 컴퓨터에 한 차례 접속해 자신의 필기시험 성적을 45점에서 75점으로 올린 뒤, 합격자 명단에 본인 이름을 넣었다는 얘기입니다. 경찰 조사에서 송 씨는 모두 5차례 청사에 침입했다고 진술했는데, 체력단련실에서 3개의 공무원증을 훔친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정부청사 보안이 가정집만도 못한 셈이 됐습니다. 더욱 한심했던 것은 이번 사건이 일어난 시점이 바로 대통령이 전국에 테러 경계태세 발령을 냈었던 때라는 겁니다.
송 씨가 어떻게 정부청사와 PC까지 뚫을 수 있었는지, 침입 경로와 꼬리를 물고 있는 의문을 현장 추적했습니다.
백종훈 기자입니다.
[기자]
서울 광화문의 정부 청사 1층입니다. 지금 제가 게이트 하나를 통과했는데요. 지난달 송모씨는 이 출입증을 가지고 최종 게이트를 통과해 16층의 사무실로 침입했습니다.
외부 출입게이트와 내부 보안검색대, 최종 게이트까지 총 3개의 문을 통과해야 내부출입이 가능합니다.
송 씨가 세 번째 게이트를 통과할때 출입증상의 공무원 이름과 소속이 모니터에 뜨도록 돼 있지만 보안요원의 제지는 없었습니다.
16층으로 올라 가서도 사무실에 들어가려면 비밀번호 키가 달린 도어록을 또 열어야 합니다.
송 씨가 사용한 공무원출입증은 체력단련실의 옷장에서 훔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정부청사 1층에 있는 체력단련실입니다. 이렇게 옷장이 있어서 소지품을 놓거나 옷을 갈아입을 수 있는데요. 잠금장치가 없어서 출입증을 쉽게 구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송 씨는 신분증을 경비원에게 보여준 뒤 청사 사무실 열쇠뭉치를 건네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담당 공무원의 자리를 찾아간 송 씨는 PC 보안을 해제한 후 자신의 이름을 추가한 합격자 명단을 프린터로 출력해 확인까지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의문점은 한두 개가 아닙니다. 전반적인 구조를 알려준 공범이나 내부 조력자가 있었던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됩니다.
또 16층 사무실의 도어록이 풀려 있었던 것인지, 송 씨가 비밀번호를 알아낸 것인지도 의문입니다.
사무실 보안이 뚫린 인사혁신처가 제때 신고했는지도 조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경찰은 송 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발부되면 신병을 확보해 보강 수사를 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