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하의 12월 5일 뉴스초점-학부모들의 황당한 갑질

'갑질'은 무슨 계약 관계에서만 발생하는 게 아니었습니다.

교사들이 요즘 학부모와 학생들에게서 이 '갑질'을 당하고 있습니다. 학생들 앞에서 교사가 뺨을 맞고, 무릎 꿇고 사과하고….

교육부에 따르면 최근 7년간 접수된 교권 침해 사례는 모두 3만 천여 건, 하루 평균 12건이나 됩니다. 한국교총이 발표한 작년 교권침해 상담 건수도 2006년 179건에서 10년 사이 572건으로 3배나 늘었죠.

급기야 교사들이 학부모와 제자의 갑질을 못 견디겠다며 학교를 떠나고 있습니다.

교사들의 선호 지역이었던 서울 강남과 서초는, 그래서 중견 교사가 부족해졌습니다. 교사 교체까지 요구하는 힘센 학부모들의 과도한 항의와 민원에, 교사들이 감당을 못하고 떠나는 겁니다.
중견 교사가 빠져나간 자리는 경력이 짧은 초임 교사가 메울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강남·서초 지역 학교에 근무하는 경력 10년 미만의 초등교사는 10명 중 4명, 신규 교사 비율도 가장 높습니다.

독일도 우리나라만큼이나 학부모의 학교 참여가 활발합니다. 하지만, 교육 내용에는 전혀 관여하지 않습니다. 물론 학부모 폭행과 횡포도 찾아볼 수 없고요.

내 아이가 불이익을 당했다며 교사의 뺨을 때리고, 마음에 안 든다는 이유로 담임 교체까지 요구하는 대한민국.

학생 인권은 7년 전에 조례까지 만들어 보호하면서, 교사의 인권과 교육권은 왜 보호의 시도조차 하지 않는 걸까요.
혁신교육, 교육명품도시라는 거창한 구호보다 교사의 인권을 보호하는 법 제정이 시급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