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브리핑] '어버이가 건넨 130만원, 어버이가 받은 2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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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 앵커브리핑을 시작하겠습니다.
삶의 터전이 무너져 내리고 가족과 이웃의 죽음을 겪어내야 하는 그 참담한 불가항력의 재앙.
그러나 일본의 지진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은 조금 냉정했습니다.
한일 위안부 합의로 득의양양하게 불가역을 외치는 아베의 얼굴도 떠올랐고, "한국인이 우물에 독을 풀었다"는, 그 옛날 관동대지진 때나 있었던 악의적인 헛소문이 다시 돈다니 우리의 감정이 좋을 리 없었습니다.
지진은 안타깝지만, 돕고 싶진 않다는 것이 많은 이들이 입 밖으로 내놓지 않았던 진짜 속마음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다 오늘 아침. 모두를 부끄럽게 만들었던 이야기….
지금까지 일본으로부터 직접 사과 한마디 듣지 못한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일본 지진 피해자들을 위해 130만 원을 기부했습니다.
"우리는 일본 사람과 싸우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여기 또 다른 돈뭉치가 있습니다.
가슴속에 자식을 묻은 어버이들을 향해 삿대질하라며 뿌려진 돈.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향해 목청을 높이라고 뿌려진 돈.
한 사람당 하루에 2만 원….
오늘 뉴스룸에서는 전경련의 돈이 들어갔던 유령 선교단체가 문을 닫은 뒤에는 등기 이사로 올라와있는 사람들조차 그 존재를 알지 못하는 또다른 유령 단체가 그 돈을 받아 탈북자들을 끌어모았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내세운 목적은 '남북문화의 이질감을 극복하자….'
그런데 그 돈은 남북 주민간 이질감 극복을 위해서가 아니라 남한의 주민과 주민 사이를 갈라놓는 데에 동원됐습니다.
삿대질과 욕설로 버무려진 거리위에 뿌려진 그 돈들은 액수와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없고, 배후 역시 과연 전경련 하나뿐인지 알 수 없습니다.
"우리는 일본사람과 싸우고 있는 것이 아니다"
다시 위안부 할머니들에게로 돌아가겠습니다. 자신의 인생을 망가뜨린 나라를 향해 베푼 어버이의 돈.
그리고 같은 국민과 드잡이하라고 뿌려진 돈….
어떤 돈은 누군가의 심장을 저릿하게 하고 어떤 돈은 누군가의 심장을 할큅니다.
오늘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