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부회의] 또 방위비 압박…'주한미군 철수' 질문엔 "추측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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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정 회의가 어제 정해진 시간도 채우지 못하고 중단됐습니다. 한마디로 파행이었습니다. 추후 회의 일정도 확실치 않습니다. 우리 측은 실무적으로 다음 회의 일정이 잡혀있다고 했지만 미국은 다른 목소리를 냈습니다.
[정은보/방위비 분담금 협상대표 (어제) : 일단 한·미 간에 실무적으로는 다음 일정을 잡아놓고 있습니다. 다만 오늘 예정대로 진행되지 않았던 사항이 발생을 했기 때문에 거기에 따라서 추가적으로 저희가 필요한 대응들을 해나가도록 하겠습니다.]
[제임스 드하트/미국 방위비 분담금 협상대표 (어제) : 한국 측이 상호 신뢰를 기반한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협력할 준비가 되어 있을 때 협상을 재개하기를 기대합니다. 감사합니다.]
그러니까 우리 측의 설명을 바탕으로 드하트 대표의 발언을 해석해보자면 "새로운 제안을 내놓지 않는다면 정해진 일정도 따를 생각이 없다"라는 겁니다. 어제 미국 드하트 대표의 발언을 들어보면 회의 파행을 우리 측에 떠넘기는 듯한 분위기가 곳곳에서 묻어났습니다.
[제임스 드하트/미국 방위비 분담금 협상대표 (어제) : 우리는 서로 받아들일 수 있는 합의로 나아가기 위해 필요하다면 우리의 입장을 조정할 준비를 하고 열린 마음으로 서울에 왔습니다. 불행히도 한국 협상팀이 제시한 제안들은 공정하고 공평한 부담 분담에 대한 우리의 요구에 부응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니까 "우리는 양보도 할 생각이 있었고 협상도 제대로 하고 싶었는데 한국이 협조를 안 해줘서 더 이상 회의를 할 수 없어서 가는 거다" 이런 겁니다. 그런데 미국이 이미 사전에 회의를 파행으로 몰고 갈 계획을 세웠을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어제 회의는 오전 10시에 시작됐습니다. 그런데 회의가 막 시작된 오전 10시 10분쯤 미국 측은 "오후 1시 30분에 기자회견을 하겠다"는 공지를 일부 기자들에게 전달했습니다. 참고로 회의는 오후 5시까지 진행될 예정이었습니다.
그러니까 회의가 시작된 지 얼마 되지도 않아서 기자회견을 공지하고 심지어 기자회견 시간은 예정대로면 회의가 한창 진행될 시간이고 딱 봐도 예사롭게 보이지 않죠. 결과적으로 회의는 11시 40분쯤 미국 측의 요구로 중단됐고 드하트 대표는 처음 공지한 기자회견 시간보다 한 시간 정도 빠른 12시 40분쯤 회견문을 낭독했습니다. 처음부터 회의를 중간에 끝낼 마음을 먹고 회의에 임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겁니다. 어제도 전해드렸지만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가 우리 정부나 국회 측 주요 인사들을 관저로 불러 분담금 인상 요구를 강요, 요구하는 하는 것도 그렇고 어제 회의 중단 요구도 그렇고 외교 결례, 무례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안규백/더불어민주당 의원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 : 부적절하고 무례한 행동이죠. 외교상 결례라고 판단됩니다. 일방적 주장만 하고 이른바 미국식 벼랑 끝 전술을 구사한 것이 아닌가,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벼랑 끝 전술 북한의 주특기인줄만 알았는데 미국도 벼랑 끝 전술을 쓰는 건가요. 그것도 동맹국을 상대로 말이죠. 진짜 벼랑 끝까지 가겠다는 건지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 어제 필리핀에서 또 다시 "한국이 더 많은 기여를 해야 한다"고 압박했습니다.
[마크 에스퍼/미 국방장관 (어제) : 내가 일전에 공개적으로도 말했지만 한국은 부유한 나라입니다. 그들은 더 많은 기여를 할 수 있고, 또 해야 합니다.]
이 자리에선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을 묻는 질문도 나왔는데요. 언론 보도에 따르면 에스퍼 장관 이렇게 답변했습니다.
[마크 에스퍼/미국 국방장관 (음성대역) :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주도하는 것은 국무부입니다. 나는 감축할지도, 안 할지도 모르는 일에 예측하거나 추측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언뜻 들으면 원론적인 이야기 같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굉장히 아리송한 답변입니다. 주한미군 철수나 감축 가능성이 없다면 그냥 "없다"고 하면 그만인데 "줄일지 안 줄일지 모른다"는 말은 분명 애매한 대답입니다. 물론 가능성은 낮지만 혹시 미국이 '주한미군 감축' 카드를 협상 테이블에 내미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다행히도 현재까진 주한미군 관련 언급은 회의에서 나오지 않았다고 합니다.
[정은보/방위비 분담금 협상대표 (어제) : (미국 측에서 주한미군의 현재 상태 변경이라든지, 예를 들어서 주한미군 감축이나 철수 혹시 이런 식의 언급은 없었는지 확인 부탁드립니다.) 주한미군과 관련된 언급은 지금까지 한 번도 논의된 바가 전혀 없습니다.]
저도 물론 설마하니 미국이 한미동맹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는 주한미군을 건드릴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이전 발언들을 보면 걱정이 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대통령 취임 전인 후보시절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 이렇게 말해서 논란이 됐습니다.
[(음성대역) : (한국과 일본이 방위비 분담금을 대폭 인상하지 않으면 미군을 철수할 생각이 있습니까?) 유쾌한 일은 아니지만 그렇게 할 겁니다. 미국이 이런 일에 막대한 자금을 잃는 것을 더 이상 감당할 수 없습니다.]
심지어 주한미군 철수는 물론 한미상호방위조약을 무효로 하려는 듯한 발언도 내놨습니다. 북한과 전쟁이 나도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말한 겁니다.
[도널드 트럼프/당시 미국 공화당 경선주자 (현지시간 2016년 4월 2일) : 그냥 북한으로부터 직접 지키게 합시다.
행운을 빕니다. 알아서 잘해보세요. 여러분!]
사실 이 때만 해도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도 확실치 않았고 설령 당선이 된다 해도 터무니없는 발언들을 실행에 옮길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앞서 여러 미국 대외 정책에서 보듯 트럼프는 국제적인 비난을 받으면서도 '아메리카 퍼스트' 미국 우선주의를 실행에 옮기고 있습니다. 방위비 분담금 협정 회의 파행을 단순하게만 보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이후 게리 콘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과 나눈 대화 한번 잠깐 보시죠. 책 '공포'에 나온 내용입니다.
[(음성대역) : 거의 35억달러에 2만8000명의 병력이 있다니. 그 병력이 왜 거기 있는지 모르겠어. 모두 이리 데려오자고!]
[게리 콘/전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 (음성대역) : 그럼 대통령님. 밤에 안심하고 잠을 잘 자려면 그 지역에 대해 어떻게 해야 되겠습니까?
[(음성대역) : 난 아무것도 필요 없어. 나는 아기처럼 잘 잘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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