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하의 5월 21일 뉴스초점-성대결로 갈등하는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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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두 개의 청원이 올라왔습니다. 하나는 '연예인 수지의 사형을 청원합니다.', 다른 하나는 '수지의 사형을 청원한 사람을 즉시 처벌해 주십시오.', 결국 수지는 자신이 잘못했다며 사과를 했습니다.
지난 17일 유명 유투버 양예원 씨의 성폭력 피해 호소 청원을 수지가 공개 지지하면서, 잘못된 스튜디오를 지칭하는 바람에 죄 없는 스튜디오가 폐업 위기에 처했다는 건데, 문제는 이 일이 남녀의 극단적 성대결로 비화하고 있다는 겁니다.
지난 주말엔, 1만 명이 넘는 여성들이 성범죄에 대한 경찰의 편파수사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습니다. 여성이 피해자일 때는 '이 정도론 수사가 어렵다, 좀 더 센 증거를 찾아와라, 특정 부위가 아니면 처벌받기 힘들다'고 했던 경찰들이
홍익대 남성 누드모델 몰카 사건 때는 아주 신속하게 수사했다며 공평한 수사를 촉구한 건데…. 이때도 역시 페미니즘 논쟁이 일었고, 현장을 찾은 일부 남성들은 시위에 참가한 여성들을 비난하며 시위를 성대결로 몰고 갔었습니다.
한 여성의 성폭력 피해 사건에 대해 사형을 운운하고 여성이 불안하지 않는 세상을 만들어달라는 요구를 남녀 성대결로 몰고 가는 극단적인 현상, 어떻게 보십니까.
여성들이 공개적으로 피해 사실을 공개한 건, 여성들이 거리로 나온 건, 그만큼 절박하기 때문입니다. 미투 운동이 일어나도, 대통령이 엄벌을 촉구해도 수사와 처벌은 제자리걸음. 2년 전 일어난 강남역 살인사건 후에도 성범죄는 오히려 더 늘었으니 이젠 여성들은 성범죄에 대한 불안과 공포가 일상이 돼 버렸습니다. 이걸 단지 여성 우월주의로 치부할 일일까요.
오늘은 성년의 날이자 부부의 날입니다.
이런 성대결 사회에서 제대로 된 성 인식을 가질 수 있을지, 나아가 부부가 서로를 존경하는 조화로운 가정을 이룰 수 있는지….
지금 여성들은 성범죄 없는 안전한 세상을 요구할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