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부회의] 문 대통령 "서울 주요 대학 수시·정시 불균형 해소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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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예산안 시정연설 (지난 22일) : 국민의 요구는 사회지도층일수록 더 높은 공정성을 발휘하라는 것이었습니다. 가장 가슴 아파하는 것이 교육에서의 불공정입니다. 정시 비중 상향을 포함한 '입시제도 개편안'도 마련하겠습니다.]
지난 22일이죠. 국회 시정연설에 나선 문 대통령은 "공정과 개혁에 대한 국민의 열망을 다시 한 번 절감했다"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오늘은, 취임 후 처음으로 오로지 교육만을 주제로 한 교육관계 장관회의를 주재했는데요. 시정연설에서 대입 정시 확대 방침을 밝힌 만큼, 다음 달 발표할 교육부의 대입 개편안을 청와대가 직접 챙기겠다는 취지입니다.
현 정부의 교육 철학은 성적 일변도에서 벗어나 개인의 소질과 적성을 우선 고려하는, 소위 학종 위주의 수시 전형에 무게를 싣고 있었는데요. 오늘 모두발언에선 이 전형이 공정성의 측면에서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한 데 대한 문 대통령의 고심이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대통령 주재 교육개혁 관계장관회의 : 학생부종합전형 위주의 수시전형은 입시의 공정성이라는 면에서 사회적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습니다. 입시 당사자인 학생의 역량과 노력보다는 부모의 배경과 능력, 출신 고등학교 같은 외부요인이 입시 결과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고, 과정마저 투명하지 않아 깜깜이 전형으로 불릴 정도입니다.]
사실 대입제도의 공정성 문제는 어느 시대나 가장 뜨거운 화두입니다. 역대 정권 중에 대입제도 개편에 손을 걷어붙이지 않은 정부가 없을 정도인데요. 1960년대 본고사 시절을 거쳐서 복 국장이 본 학력고사가 있고요. 남은 반장들은 모두 수능세대입니다. 의외로 양 반장도 수능세댑니다. 그리고 가장 최근 전형인 학종까지, 모두 교육계와 정치권의 고심 끝에 나온 제도들이죠. 문 대통령이 오늘 "입시는 참으로 어려운 문제"이자 "이해관계가 엇갈리고 가치가 충돌하며, 이상과 현실 사이의 괴리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최근의 입시정책이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와 특권을 대물림하는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상실감이 커지고 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조국 전 장관 자녀의 허위 인턴 의혹, 그리고 스펙 부풀리기 논란은 지난 두 달간 나라를 양쪽으로 갈라지게 만들 만큼 커다란 불쏘시개가 됐습니다.
[김현아/자유한국당 의원 (지난 2일) : 똑같이 부정 입학한 각종 특혜를 누렸는데도, 사람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누구는 유죄고, 누구는 무죄 추정의 원칙 때문에 수사를 기다려야 합니까?]
[유은혜/사회부총리겸 교육부 장관 (지난 2일) : 수사 중인 것이지 않습니까 의원님.]
[김현아/자유한국당 의원 (지난 2일) : 학종 폐지합니까? (학종…) 정시 확대합니까? (그거는…) 조국 딸 입학 취소합니까? 답변 못하시죠?]
[유은혜/사회부총리겸 교육부 장관 (지난 2일) : 답변할 시간을 주셔야죠.]
문 대통령은 우선, 학종을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현재 진행 중인 실태조사를 철저히 하고, 결과를 잘 분석해서 11월 중 개선방안을 마련해달라 지시했습니다. 또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대입을 제도 단순화하고, 사회적 배려계층에 가는 기회도 늘려야 한다고 했습니다. 고교 서열화 해소 문제도 언급했고요. 무엇보다, 지금처럼 불신이 큰 상황에서는 수시 비중을 확대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습니다.
[대통령 주재 교육개혁 관계장관회의 : 정시가 능사는 아닌 줄은 알지만 그래도 지금으로서는 차라리 정시가 수시보다 공정하다, 라는 입시 당사자들과 학부모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이어서요. "입시의 영향력이 크고 경쟁이 몰려있는 서울 소재 상위권 대학의 학종 비율이 높았던 게 핵심적인 문제였다"며 이들 대학에 지나친 불균형을 해소할 방안을 조속히 마련해 달라고 했습니다. 직접적인 언급은 피했지만, 사실상 정시 비중을 늘리란 지시입니다. 대통령이 직접 '가이드라인'까지 제시하며, 구체적인 실행 방향까지 언급한 것 상당히 이례적인 경우고요. 그만큼 문 대통령의 대입제도 개편 의지가 강하다는 걸 의미합니다.
[대통령 주재 교육개혁 관계장관회의 : 이들 대학에 정시 비중을 일정 수준 이상 지켜줄 것을 권고한 바 있지만 그것만으로 부족하다는 것이 국민의 시각입니다. 수시에 대한 신뢰가 형성될 때까지 서울의 주요 대학을 중심으로 수시와 정시 비중의 지나친 불균형을 해소할 방안을 조속히 마련해 주기 바랍니다.]
즉각 교육부도 후속 대책을 발표했습니다. 회의에 참석했던 유은혜 부총리가 직접 브리핑을 했는데요. 대통령 지시에 따라, "학종과 논술 위주 전형 쏠림 현상이 심한 서울 소재 대학들의 정시 수능 위주 전형 비율을 상향 조정할 방침"이라면서 "상향 비율과 적용 시기는 11월 중 발표하겠다"고 했습니다. 2018년 대입 공론화 과정에서 합의한 내용이 기준이 될 거라고도 덧붙였습니다.
[유은혜/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 학생부종합전형 비율이 줄어들더라도 지역균형 선발과 기회균등 선발 비율은 줄어들지 않도록 각별하게 챙기겠습니다. 정시, 수능 위주 비율의 상향 조정은 투명하고 신뢰도 높은 입시를 갈망하는 국민들의 뜻을 존중한 것이며 비율의 폭은 2018년 대입 공론화 과정에서 이미 합의했던 내용과 현장 의견을 청취하여…]
이미 교육부는 지난해 국가교육회의 대입개편 공론화위원회의 권고를 수용해서 2022학년도 입시부터 각 대학 정시 비율을 30% 이상으로 끌어올리라고 주문한 상태입니다. 그런데 이것도 사실 당초 공론화위가 제안한 숫자에는 한참 못 비치는 비율입니다. 당시 공론화위 조사에서 가장 많은 지지를 받은 안은 정시 비중을 45% 이상으로 높이는 안이었고요. 조사결과 분석에서 시민참여단이 적절하다고 본 수능 위주 전형 비율은 39.6%로 집계됐습니다. 당시 그저 논란만 키운 채 기존과 별반 다를 것 없는 개편안을 내는데 그치는 바람에 문재인 정부 초대 교육부장관도 자리를 내려놔야 했습니다.
[김상곤/당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지난해 8월 17일) : 대입 문제에 있어, 국민 모두가 만족하실 수 있는 정답은 없습니다.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교육부와 국가교육회의는 최선을 다했습니다.]
지금은 대통령의 강력 지시까지 더해진 만큼, 새로 정해질 정시 확대 비율, 최소 40%선 안팎이 될 거란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교육부는 또 고교 서열화 해소를 위해서 "입시 위주 교육으로 치우친 자사고·외고·국제고를 2025년 고교학점제 도입과 함께 일괄적으로 일반고로 전환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입장도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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