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하의 12월 1일 뉴스초점 제2의 민호 막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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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운이 좋아 살아남았다.'
지난 21일, 한 SNS에 올라온 글입니다.
일을 하면서 목숨을 걱정해야 하는 우리 아이들의 목소리죠.
특성화고 졸업반이었던 민호 군은 지난달 9일, 한 산업체에서 기계에 몸이 끼어 크게 다쳤습니다. 그리고 사고 열흘 만에 목숨을 잃었죠. 실습을 감독하는 인력이 있어야 했지만, 당시 현장엔 민호 군 혼자였습니다.
올 1월엔 한 통신사에서 현장실습을 하던 여학생이 업무 실적 압박을 도저히 견디지 못하겠다며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두 명 다 특성화고 학생들이었고, 현장실습으로 인해 목숨을 잃은 겁니다.
보통 특성화고 학생들은 산업체에서 현장실습을 받아야 하는데 말이 현장실습이지, 전공과 무관한 업무를 하거나 안전시설 하나 없이 위험한 업무에 투입되는 게 다반사입니다.
학교는 학생들이 빨리 취업하길 바라죠. 특성화고는 취업률로 정부의 평가를 받고, 지원을 받기 때문에 사실 아이들이 어떤 곳에 있는지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버티지 못하고 돌아오는 학생들에겐 반성문을 쓰게 하고 성희롱도 참게 하고, 오히려 후배들의 취업에 악영향을 미친다며 징계까지 하는 겁니다.
물론 법으로는 이 아이들의 근무여건도 다 보장돼 있습니다. 협약서에 분명히 노동시간은 7시간이고, 성희롱은 처벌의 대상이 된다고 돼 있지만, 아무 소용도 없다는 게 문제입니다.
그래서, 놀란 정부가 오늘 대안을 발표했죠.
조기 취업 형태의 현장실습을 내년부터 폐지하고 취업률 중심의 학교 평가도 개선하기로요. 하지만 지난 8월 25일 발표됐던 거에서 목차만 바꿨습니다. 주요 내용은 하나도 바뀐 게 없는 겁니다.
직업엔 귀천이 없다면서요. 그런데 미래를 꿈꾸는 학생들이 제대로 사회 입문을 하기도 전부터 최소한의 삶의 무게도 감당할 수 없게 만들다니요. 특성화고 학생은 단순한 노동자가 아닙니다. 우리 사회를 지탱할 미래 일꾼입니다.
'우리는 생애 첫 노동현장에서 더 이상 죽고 싶지 않습니다.'
민호 군을 추모하는 글이 너무나 아프게 다가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