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하의 5월 08일 뉴스초점-갑질에 우는 직장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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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할 땐 사장의 입 밑에 손을 받쳐야 하는 이른바 '턱받이 갑질'에, 연말엔 오너 일가가 먹을 김치를 담그는 '김장 갑질', 회사 사장 자녀 결혼식장에 동원돼 선물을 나르고 축의금을 대신 받는 '결혼식 갑질'까지….
시민단체 '직장갑질 119'에 최근 접수된 직장 내 갑질 사례들입니다. 부당한 지시에, 인격모독적 발언, 폭언과 폭력까지, 직장 내 각질의 종류는 참 다양하죠.
인권위에 따르면, 직장인의 73%는 최근 1년간 한 번 이상 직장 내 갑질과 괴롭힘을 당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직장인의 무려 97%가 상사의 갑질을 경험한 적이 있고, 10명 중 1명은 상습적으로 괴롭힘을 당했다는 조사도 있습니다.
그래선지, 지난해 55만 8천 명의 직장인이 이런 갑질과 일에 치여서 불안장애나 우울증, 수면장애 같은 정신질환 치료를 받았습니다. 4년 만에 무려 47%가 급증한 건데, 지속적인 고통에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까지 있습니다.
문제는 직장 내 갑질이 딱히 법적으로 처벌되는 사례가 많지 않다 보니, 해결책도 뚜렷하지 않다는 겁니다. 오히려 갑질을 폭로하면 회사 또는 상사의 눈밖에 나서 '2차 피해'를 당하기가 십상이니까요.
지난주 각종 갑질 논란에 휩싸인 대한항공 오너 일가의 퇴진을 요구하는 직원들의 집회가 있었죠. 혹시나 얼굴이 드러나면 피해를 당할까 가면까지 썼지만, 그들을 보기 위해 그 자리에 몰래 회사 측 임원이 참석했다니 갑질 폭로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짐작이 되실 겁니다.
경쟁이 치열해지고 성과에 대한 압박이 커지면서 업무만으로도 직장인들은 너무 힘겹습니다. 그런데 업무 외적인 잡일과 인격모독적인 말과 행동으로 직원들의 몸과 마음까지 병들게 해서야 되겠습니까?
이참에 직장 내 갑질을 방지할 법과 제도도 시급히 마련됐으면 좋겠습니다. 참, 국회엔 이미 관련 법안들이 여럿 발의돼 있습니다. 누가 일을 안 하고 있을 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