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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부회의] 국회, 비쟁점 법안 160여개 본회의 처리…'역대 최저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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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20대 국회에서 가장 듣기 어려웠던 말 뭘까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아마 이 말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주승용/국회부의장 : 일부 개정 법률안을, 일부 개정 법률안을, 일부 개정 법률안을 의결하도록 하겠습니다. 투표해주시기 바랍니다. 일부 개정 법률안 대안은 가결되었음을 선포합니다.]

바로 이겁니다. '법안 가결하는' 이 소리, 오늘(31일) 오랜만에 국회 본회의장에서 이 말 들을 수 있었습니다. 법안 160여 개가 본회의에서 처리됐습니다. 대부분 여야 간 이견이 거의 없는 이른바 비쟁점 법안들이었습니다. 이번 20대 국회 여러모로 역대 최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무엇보다도 법안처리율이 정말 최악입니다. 민주화 이후 그러니까 13대 국회 이래로만 따져봐도 법안처리율이 가장 낮습니다. 30%가 채 안 됩니다. 오늘 법안 160여 개 무더기 처리시키면서 처리율 조금 올라갔겠지만 큰 변동은 아마 없을 겁니다. 지난 월요일 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도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통해 이렇게 자성했습니다.

[이인영/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지난 28일) : 20대 국회의 법안 처리율은 고작 28.5%에 불과합니다. 역대 최저의 참담한 수준입니다. 국민의 눈에는 일하지 않고 놀고 있는 모습으로 보일 뿐입니다. 때가 되면 정시에 회의가 개최되고, 법안이 자동으로 상정되며 무조건 일하는 시스템으로 바꿔야 합니다.]

이인영 원내대표뿐이겠습니까. 일하는 국회 만들자는 목소리는 이미 여러 차례, 여러 의원들이 언급한 바 있습니다. 정의당 윤소하 원내대표는 한때 매일 "일 좀 하자" 이렇게 외친 바도 있습니다.

[나경원/자유한국당 원내대표 (6월 27일) : 일하는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기 위한 제도 만들겠습니다.]

[윤소하/정의당 원내대표 (4월 16일) : 국회 제발 일 좀 합시다.]
[윤소하/정의당 원내대표 (4월 25일) : 제발 국회에서 일 좀 합시다.]
[윤소하/정의당 원내대표 (5월 9일) : 제발 국회에서 일 좀 하자 일 좀 하자고 외치고 또 호소했습니다.]

누구 탓이냐를 떠나 참 공허하게 느껴집니다. 국회의원 3선에 청와대 정무수석까지 지냈던 유인태 국회 사무총장은 요즘 국회 이렇게 평가했습니다.

[강효상/자유한국당 의원 (지난 25일) : 최악의 국회다. 이런 표현도 있었습니다. 거기엔 공감하십니까.]

[유인태/국회 사무총장 (지난 25일) : 예. 그건 공감합니다.]

[강효상/자유한국당 의원 (지난 25일) : 요즘에 정치를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좀 짧게 말씀해주십시오.]

[유인태/국회 사무총장 (지난 25일) : 좀 갑갑합니다.]

그런데 강효상 의원 당시 국감 질의 도중에 갑자기 "우리 모두 잘못"이라면서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갑자기 분위기 자기반성의 시간이 된 겁니다.

[강효상/자유한국당 의원 (지난 25일) : 이런 식으로 우리 국회가, 우리 정치인이 저도 부끄럽습니다. 이런 국회 누가 한시라도 더 있고 싶겠습니까. 여야가 다 똑같습니다. 총장님도 다 마찬가지세요. 이게 뭡니까, 도대체. 우리나라 정치가. 부끄러워야 되고 다 반성해야 돼요. 여기 있는 사람 누구 하나 피해 나갈 사람이 아무도 없습니다.]

네 맞는 말입니다. 오늘 본회의 법안 처리에 앞서 정의당 심상정 대표의 비교섭단체 대표 발언이 있었습니다. 심상정 대표는 "최악의 국회라는 평가를 듣지만 선거개혁, 검찰개혁으로 소명을 다하자"고 주장했습니다.

[심상정/정의당 대표 : 20대 국회를 두고 사상 최악의 국회라는 말이 나옵니다. 하지만, 역사에 기록될 20대 국회의 또 다른 모습도 있습니다. 그 하나는 '국정농단 세력을 탄핵한 국회'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9회 말 역전의 기회가 한번 더 남아 있습니다. 지난 헌정사에서 그 누구도 성공하지 못했던 개혁, '선거제도 개혁, 검찰개혁을 이뤄낸 국회'로 기록되는 것입니다.]

요즘 의원정수 확대 논의에 다시 불을 지핀 심상정 대표 오늘 발언에서 국회개혁 과제도 제안했습니다.

[심상정/정의당 대표 : 첫째, 국회의원 세비를 최저임금의 5배 이내로 제한합시다. 둘째, 의원실 보좌진 수를 현행 9명에서 5명으로 줄이고, 대신 국회 내에 보좌인력풀제를 도입합시다. 셋째, 셀프 세비 인상, 셀프 외유성 출장, 제 식구 감싸기를 금지하는 셀프 금지 3법을 통과시킵시다. 넷째, 이해충돌방지법을 도입하여 공직자윤리법을 대폭 강화합시다. 다섯째, 국민이 요구하는 국회의원 국민소환제도를 도입합시다.]

현재 국회의 당면 과제 패스트트랙 신속처리안건으로 올라가 있는 선거법 개정안과 이른바 검찰개혁 법안 처리 문제일 겁니다. 여야가 연일 이런저런 형식으로 협의를 이어가고 있지만 이해관계가 얽히면서 의견을 좁히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죠. 국회의 다른 이름, 바로 입법부입니다. 법을 만드는 곳입니다. 입법부의 역할 다시 한번 되새겨 볼 때입니다.

[문희상/국회의장 (7월 12일) : 입법부라는 명칭에서도 알 수 있듯이 국회의 가장 중요한 책무는 법을 만드는 일입니다. 스스로 '일하는 국회'임을 증명하지 못한다면 국민의 신뢰는 더욱 멀어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연말 정기국회가 끝나면 내년부터는 사실상 총선 체제입니다. 더 이상 일을 하고 싶어도 제대로 할 수 없는 시간이죠. 남은 기간이라도 제대로 일하는 모습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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