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부회의] '보고'만 신경 쓴 해경…곳곳에 드러난 '부실 구조' 정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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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특별수사단이 공식 출범한 지 열흘이 돼 갑니다. 임관혁 특수단장, "백서를 쓰는 심정으로 모든 의혹을 철저하게 조사하겠다"는 각오를 밝혔죠. 본격적인 수사에 나서기 전 세월호 특조위와 가족들을 만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임관혁/세월호 참사 특별수사단 단장 (지난 11일) : (세월호 유가족분들이나 특조위 만나보실 계획이 잡힌 게 있으신가요?) 네. 그분들과도 당연히 소통하고 협력할 부분은 협력해야 된다고 생각을 합니다. (아직 일정 잡힌 건 없다는 말씀이시죠?) 빠르면 이번 주라도 특조위 관계자와 만나볼 생각입니다.]
참사가 발생한 지 5년 7개월이 지나서야 전면적인 재수사가 이뤄지고 또 책임자에 소위 우병우 사단이라는 꼬리표가 붙은 인물이 선임되면서 이들의, 가족들의 신뢰를 얻지 못한다면 수사의 진정성이 의심받을 수 있는 만큼 신뢰 회복이 우선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이는데요. 임관혁 단장, 최근 안산 단원고를 찾아 기억교실을 둘러봤다고 합니다. 또 지난 17일엔 세월호가 있는 목포신항으로 직접 가서 세월호 내부를 살펴보고 또 가족들과 면담도 가졌다고 하는데요. 가족 측은 "임 단장이 특별히 의미를 두는 것 같았다", 또 "보여주기식은 아닌 것 같다"며 그의 의지와 행보를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특조위는 참사 당일 해경이 구조된 학생은 배로 이송하고 해경 지휘부가 헬기를 이용했다는 의혹 등을 수사 요청했죠. 그리고 세월호 가족협의회는 참사 책임자 40명을 고소·고발했습니다. 특수단은 이와 관련한 기록을 먼저 검토하면서 수사를 진행할 계획인데요. 이에 맞춰 저희 JTBC는 1기 특조위 조사 내용, 그리고 검찰의 첫 수사자료 등을 통해 그동안 알려지지 않은 기록들을 전해드리고 있는데요. 가장 먼저 참사 당일 총체적으로 부실했던 구조 상황입니다.
그동안 해경 지휘부는 참사 당일 사고 현장 상황을 제대로 보고 받지 못했다고 주장을 해왔었는데요. 2014년 검찰 조사에서 김수현 당시 서해해경청장, "TRS로 그런 보고를 직접 들은 건 아니고 상황실 직원으로부터 구두 보고는 받았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당시 그를 보좌했던 직원, 이렇게 말합니다.
[유연식/전 서해청 상황담당관 (2015년 12월 14일 / 특조위 1차 청문회) : ((서해청장이) 9시 48분경 TRS를 통해서 '단정 내려가지고 귀국 쪽으로 편승시키면 안 되는지' 라고 묻는 것이 처음인데 증인 기억나십니까?) 녹취록에서 봤습니다. (그전에는 서해청장 지시가 없죠?) 예예. 서해청장님이 TRS를 바로 들고는 계셨는데 바로 지시는 녹취록에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당시 서해청장도 실시간으로 현장 상황이 보고되고 있던 TRS를 들고 있었다는 건데요. 그럼 당시 그 무선통신에선 어떤 보고가 있었을까요. 사고 해역에 처음 도착한 511헬기와 123정이 전해온 보고에서는 위급함이 전해집니다.
JTBC '뉴스룸' 어제
오전 9 : 29
[양회철/511헬기 기장 : 타워, 여기 호텔2. 현재 45도 우측으로 기울어져 있고 지금 승객들은 대부분 선상과 배 안에 있음]
오전 9 : 30
[김경일/123정 정장 : 현재 본국 도착 2마일 전. 현재 쌍안경으로 현재 선박 확인 가능. 좌현으로 45도 기울어져 있고 기타 확인되지 않음.]
그러니까 배가 기울어지고 있다, 이런 긴박한 상황이 전해졌던 것이고요. 그리고 사고가 발생한 지 30분이 지난 뒤 세월호는 복원력을 잃고 가라앉기 시작합니다. 그러는 동안 선장은 아시는 것처럼 배를 빠져나왔고요. 아이들은 움직이면 위험하니 가만히 있으라는 안내 방송 지시를 따릅니다.
"에이 뭐 괜찮겠지 하면서…"
"그래도 난 빠져나가야겠다고"
"나 구명조끼 입는다"
"나도 입어야 돼"
"야 너도 입어! 너도 입을래?"
"구명조끼 입으라는 건 침몰되고 있다는 소리 아니야?"
"승객 여러분들께서는 현재 위치에서 절대 이동하지 마시고 대기해주시기 바랍니다"
"실제상황이야"
당시 출동한 해경, 역시 아이들을 향해 배에서 내리란 퇴선 명령을 하지 않았습니다. 배가 거의 눕듯 기운 상황에서 김수현 당시 서해해경청장이 내린 지시는 "배가 가라앉지 않도록 배수작업을 실시하라"였습니다. 걷잡을 수 없이 물이 차오르던 배에선 사실상 이 작업, 무용지물이었는데요. 당시 상황담당관은 검찰 조사에서 "청장이 사고 현장을 보지 못해 이런 지시가 내려온 것 같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김 전 청장, 이런 이유였다고 말합니다.
[김수현/전 서해청장 (2015년 12월 15일 / 특조위 1차 청문회) : 계속 배가 침몰된다면 만에 하나 어떤 방법이 다 통한다면 그 방법까지를 동원해서 배를 바로 세워서 어떤 침몰 속도를 늦추고자 하는 제 마음의 어떤 지시였다고 생각합니다.]
마음의 지시였다는 건데요. 이렇게 TRS를 통해 위급한 상황이 전해졌지만 지휘부는 엉뚱한 지시를 내렸다는 겁니다. 1기 특조위 조사에서 해경본청 상황실장, 이렇게 말합니다. "중요한 상황인 건 맞지만 당시엔 구조 인원이 주요 관심이었기 때문"입니다. 이는 곧 사고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을 해서 아이들을 어떻게 빨리 구조할 수 있을지가 아니라 윗선에 보고해야 할 구조인원을 파악하는 게 우선이었다는 건데요. 그러나 그마저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박근혜/전 대통령 (2014년 4월 16일) : 다 그렇게 구명조끼를 학생들은 입었다고 하는데 그렇게 발견하기가 힘듭니까? 지금요? (갇혀있기 때문에 구명조끼가 의미가 크게 없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갇혀있어… 예예. 근데 처음에 구조인원 발표된 것하고 또 나중에 확인된 것 하고 차이가 무려 200명이나 있었는데 어떻게 그런 큰 차이가 날 수가 있습니까.]
그리고 총제척 부실을 보여주는 또 다른 정황도 있는데요. 해양 사고가 발생하면 현장지휘관 OSC를 지정을 합니다. 통상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한 선박이나, 지휘책임자가 지정을 하게 되는데요. 그동안 123정, 1508함, 3009함으로 이어지면서 세 번 지정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런데 선박일지 등을 분석한 오늘(20일)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요, 1508함이 지정되기 전 278함이 오전 11시 19분까지 현장 지휘를 맡았다는 대목이 나온다고 합니다.
그 뒤를 이어서 11시 20분, 목포해경 상황실은 1508함에 OSC 지정을 명령합니다. 그러나 당시 1508함은 현장에 도착하지 않았고요, 소속 단정 하나가 현장으로 간 것이다라고 말을 합니다. 그러나 추가 지시는 없었고 서해청이 11시 56분에서야 3009함을 OSC로 지정한다라고 명령을 했는데요. 그러니까 36분 동안은 현장지휘관이 없었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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