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희의 앵커브리핑] '하면 된다? 그리고 되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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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면 된다? 그리고 되면 한다!"
"하면 된다" 많은 이들의 가슴을 뛰게 했을 이 말은 고도성장기 대한민국을 지배했던 단어입니다. 그 성장을 이룩한 전임 대통령이 입버릇처럼 해온 말이기도 했지요.
심지어 그 다음 대통령을 지낸 사람은 "안 되면 되게 하라"는 듣기에 따라서는 무지막지한 말을 좋아했다고도 하지요.
서울대 의대 도영경 교수는 그 '하면 된다'의 정신을 대통령의 '링거 투혼'에서 보았다고 말했습니다.
"휴식을 할 수 없는 일정 이란 표현. 여전히 '과로' 가 미덕이고 '링거'와 '투혼'이 헌신을 나타내는 단어로 쓰이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제도와 시스템의 문제를 외면하고 그 공백을 개인의 노력과 열정으로 메우게 하는 것." 이런 지적이었습니다.
대통령 건강이 국가기밀이다, 아니다. 등등의 정치적 논란을 떠나서 의대 교수인 그가 예민하게 진단해낸 행간은 조금 달랐던 것입니다.
'링거투혼'이라고 참모진이 발표하고 언론이 받아쓴 한 개인의 노력과 열정은 헌신과 미덕으로 포장되지만, 그 "하면 된다"라는 구호 아래 우리 사회가 과적해왔던 것은 무엇인가…
열정페이로 통용되는 청년들의 값싼 노동. 부족한 비용과 인력을 사람으로 대신했던 1인 정비. 평생을 바쳐 일했지만 구조조정에 내몰린 산업현장. 직장인의 벌이로는 감당하기조차 버거운 전셋값과 집값.
이것은 제도와 시스템의 문제를 외면한 채 그 공백을 개인의 노력과 열정으로 메운다 해도 결코 가능하지 않을 문제들입니다.
그래서 지금은 "하면 된다" 가 아닌 "되면 한다" 의 시대.
해도 해도 안 될 일에는 목숨을 걸지 않겠다는 깨달음 아닌 깨달음을 담은… 농담?
꼭 그렇진 않습니다. 역설적으로 본다면 '되면 한다'는 '하면 된다'가 갖고 있지 못한, 혹은 무시해 버린 합리성을 내포합니다.
말도 안 되는 최저임금을 '열정' 이란 이름으로 강요하지 말고 지하철이 멈춰 서지 않는 위험한 환경이라면 그곳에 사람을 혼자 내몰지 말고.
뿌려선 안 될 농약 같은 살균제라면 사용을 금하고. 최소한 사람들이 감당할 수 있을 만큼만이라도 경제적 불평등을 완화하는 것.
그래야 '해도 안 되는' 시대를 사는 이들에게 최소한의 안전망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닐까…
"되면 한다" 자칫 불경스러울 수도 있을 이 말은 그렇게 2016년의 오늘 날, 다시 운위됩니다.
되면 한다… 매우 열심히, 잘, 그리고 몸과 마음을 바쳐.
오늘(7일)의 앵커브리핑이었습니다.